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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촌캠퍼스 소식] ‘함께’라는 단어를 배운 한국 유학생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7-16

 

● Sean Halbert(국제처 교환학생 · University of Washington 3학년)

 

나는 내성적인 미국인이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7개월째에도 새로 사귄 친구가 몇 명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어 교재에 ‘동아리’는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나와 있었다.

학교의 동아리 박람회가 있던 날, 나는 용기를 내서 ‘서우회’라는 서예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 후 초반에는 로봇처럼 일주일에 몇 번씩 동아리방에 들르기만 했다. 하루는 동아리 선배가 나에게 “공강이 생기면 그냥 놀러 오라”고 했다. 나는 별 뜻 없이 “알았다”고 답했다. 동아리 사람들과 친해지면 좋겠지만 공통분모도 별로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수업이 없을 때 동아리실에 가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회장이 일본사람인데다 해외 거주 경험이 많은 회원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지 같은 동아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모두가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미국은 파티 문화가 발달했으니 누구나 쉽게 어울리고 친구도 많은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주로 혼자 식사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개인주의 사회인 미국은 무언가를 할 때 누군가와 꼭 어울려 다녀야 한다거나 밥친구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조금 외로울 때가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함께 어울려서 ‘집단’으로 하는 일이 많다. 아무리 바빠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동아리방에 자연스럽게 모여서 무언가를 함께 한다. 그리고 일단 같은 집단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든 없든 친근하게 대해 준다. ‘동아리’ 덕분에 내 유학생활도 즐거워졌다.

만약 내가 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했다면 얻는 것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밥도 같이 먹고 특별한 이유 없이도 편하게 만났다. 외로움을 탈 새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해야 할 일도 분명 있고, ‘함께’라는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 덕을 많이 본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은 ‘사람’이 있었기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 이 글은 2015년도 1학기 Beginning Korean Writing 수업에서 작성한 Sean Halbert 학생의 글을 담당 교수자(이윤진)가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vol.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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