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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구 프론티어] 최문규 교수,‘죽음’의 허구적 형상화에 관한 한국과 독일 현대소설을 비교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 발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2-01

 

최문규 교수, ‘죽음’의 허구적 형상화에 관한 한국과 독일 현대소설을 비교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 발간

<죽음의 얼굴 – 문학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죽어가는가>

 

독문과 최문규 교수(문과대 학장)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 인문저술지원 사업의 결과물로『죽음의 얼굴』이라는 576쪽의 방대한 연구서를 발간했다. “문과대 학장을 맡기 직전 출판사에 넘긴 원고를 그동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교정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죽음의 얼굴』이라는 주제의 부제는 “문학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죽어갔는가”이며, 한국과 독일 현대소설을 비교분석한 국내 최초의 단행본 연구 결과물이다.

누구도 체험할 수 없기에 본래부터 표상 불가능한 죽음이야말로 문학적 형상화의 궁극이라는 전제 하에 저자는 한국과 독일의 근현대 소설가들이 죽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폭넓게 조사하여 분석했다. 3년에 걸친 집필과 1년 반의 교정 작업 끝에 출간된 연구는 황순원, 김동리부터 박경리, 이청준, 김승옥, 박완서, 김주영, 박상륭, 조세희, 김훈, 임철우, 성석제,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김영하, 조경란, 김연수, 정이현, 한강, 배명훈 등 한국 작가들의 소설과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르투어 슈니츨러, 게오르크 뷔히너, 귄터 그라스, 로베르트 무질, 루이제 린저, 토마스 베른하르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모니카 마론, 헤르타 뮐러, 넬레노이하우스 등의 최근 소설까지 아우른다.

『죽음의 얼굴』은 죽음의 실체를 철학적, 종교적, 심리학적으로 규명한 작업이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의 정신적 형이상학>에서 <죽음의 육체적 형이하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죽음의 가시화> 차원에서 물질로서의 몸을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읽어내려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성향과 궤를 같이하는 시도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한국 작가와 독일 작가가 죽음의 허구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어떤 차이점을 내보이는지를 비교분석하였다.

이 연구의 핵심이고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분석 대상으로 선별된 소설들은 대체로 죽음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근대 이후 태어난 현대소설들이다. 자살, 타살, 병사, 자연사, 사고사 등, 행정적 분류를 벗어난 수많은 죽음의 모습들, 이를테면 자연적 죽음, 비자연적 죽음, 사회적 죽음, 자발적 죽음, 고독한 죽음, 갑작스러운 죽음, 무시무시한 죽음, 우연한 죽음, 희생적인 죽음, 때 이른 죽음, 고유한 죽음 등을 다시금 10가지 문학적 유형으로 범주화하고 유사한 맥락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이는 한국소설과 독일소설 약 110여 편을 세밀히 비교 분석 작업에는 인간 존재의 절대적 조건인 죽음에 관한 다양한 인식과 표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비교분석의 결론으로 최문규 교수는 한국 작가나 독일 작가 모두 각자의 독특한 미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으며, 굳이 차이점을 든다면 전자의 경우 죽음을 감각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하는 특성을 엿볼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죽음을 정신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죽음의 형상화 방식은 개개 작품의 전체 특질만큼 모두 독특하다는 것이다.

『죽음의 얼굴』은 ‘최후의 무의미’(아감벤)이지만 ‘철학의 시작’(몽테뉴)이기도 한 ‘죽음이라는 인간 조건’에 구체적인 얼굴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가장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는 곳은 무엇보다도 문학작품들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바로크 시대의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라는 명제는 근대에 들어서 합리주의, 낙관주의, 목적론, 자본주의 같은 이념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고 터부시되었는데, 그것은 죽음의 형상화와 담론 등이 아름답고 낙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미화된 삶만을 내세우는 사회적 흐름에 의문을 제시하고 죽음의 형상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대항담론이 주장된 곳이 바로 문학임을 최문규 교수는 확인하고 있으며, 나아가 죽음을 형상화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은 결코 허무주의적이고 비관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있다.

 

“죽음은 언제나 벽 뒤에 있는데도 어째서 눈에 보이지 않는지, 또는 평생을 죽음 곁에서 사는데도 어째서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눈에 보이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의 소설 <저지대>에서)

“늘어진 피부에 검버섯이 피어 있었습니다. 죽음은 가까이 있었지만, 얼마나 가까워야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김훈의 소설 <화장>에서)

 

vol.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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