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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초청강연회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11-16

   

‘과거와의 작별: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2014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초청강연회가 10월 28일 (화) 정오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는 독일의 저명한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Bernhard Schlink) 박사이다. 그는 ‘과거와의 작별 -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Abschied von der Vergangenheit)’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참석자는 학생을 비롯해 교수, 직원, 일반인 등 총 250여 명이 함께했다.

슐링크 박사는 ‘책 읽어주는 남자’(1995)와 ‘귀향’(2006) 등 독일 과거사에 대한 죄의식과 타자에 대한 태도의 윤리성 문제를 통찰한 작품들을 쓴 바 있다. 본교 강연에서 슐링크 박사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극복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든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신들의 과거에 책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과거와의 작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가 말하는 ‘과거와의 작별’이란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이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과거와 작별하려면 역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요지를 나치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분단과 재통일이라는 역사를 겪어 온 독일인들의 역사적 현실과 대입하여 풀어나갔다. 이번 강연은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얼룩진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역사적 교훈과 지혜를 제시하였다.

슐링크 박사는 자신이 속한 독일인 세대와 독일의 어두운 과거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가 독일의 과거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개인사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무겁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강연 내내 진지하게 풀어나갔다. 특히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이래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독일 재통일을 한시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동과 서 양쪽에 정신적 뿌리를 둔 독일인으로 살아왔다는 박사의 이야기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진심어린 희망의 격려로 들리기까지 했다.

특히 이번 수상을 계기로 슐링크 박사가 읽었다는 현대 한국문학 작품들에 대한 소감이 이채로웠다. 그는 현대 한국의 문학 작품에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 시대의 아픔, 남과 북의 전쟁과 분단의 고통, 이후 군부독재의 공포와 산업화 과정 등 과거 역사의 트라우마가 문학 작품 속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어서이다. 50여 분간 진행된 질의 응답시간에는 슐링크 박사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과거사 청산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된 이 시간은 현대 독일 사회를 문학적으로 재현하는 데 있어서 대표적인 주제라 할 수 있을 악의 평범성, 역사의 왜곡에 맞서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책 읽기,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법학과 문학의 긴밀한 관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더불어 슐링크 박사는 독일 통일의 경험을 한국의 입장과 대비하면서 신중하면서도 진심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관심에 감사해하면서 지친 기색 없이 모든 질문에 겸손하고 진지한 태도로 답변했다. 작가와 청중이 주고받는 대화가 더해지면서 열띤 분위기를 이어가던 강연회는 청중들이 즉석에서 부탁하면서 치러진 작가 사인회로 마무리됐다.

수상자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1944년 독일 빌레펠트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양친 모두 신학을 전공했으며, 신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나치 치하 시절 해직당한 뒤 목사로 활동했다. 슐링크는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본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대학교를 거쳐 1992년부터 베를린의 훔볼트대학교 법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정년퇴임을 했다. 1993년 뉴욕 예시바대학 객원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재판소 판사를 겸임했다. 슐링크 박사는 『책 읽어주는 남자』(1995)와 『귀향』(2006), 『주말』(2008) 등의 독일 과거사에 대한 죄의식, 타자에 대한 태도의 윤리성 문제를 통찰한 작품들을 쓴 바 있다. 하인리히 하이네 상과 독일연방공화국 공로 훈장 등을 수상하며 현대 독일 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다.

한편, 이번 박경리문학상 초청 강연회는 우리 대학교 인문학연구원(원장 윤혜준)과 동서문제연구원 리더십센터(소장 이정훈)가 주관하여, '2014 박경리문학제'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강원도와 원주시의 지원을 받아 2011년 제정되었다. 초대 수상자는 소설가 최인훈이었고 2회 수상자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3회 수상자는 미국 작가 메릴린 로빈슨이었다. 박경리문학상은 2012년부터 해외 문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으며,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 수준인 상금 1억 원을 수여한다.

   

 

vol.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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