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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천문우주학과 윤석진 교수 _ 2부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9-16

 

대우주의 광대한 공간과 장구한 시간 앞에서, 천문우주학은 어떤 질문을 할까? _ 2부

천문우주학과 윤석진 교수

 

Q. 대우주는 어떤 구조이며, 그것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대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우주 팽창속도가 시간이 함수로 변해왔기 때문에,

우주의 크기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팽창속도 변화를 알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정확히 고려해야한다.)

이론에 따르면, 빅뱅 시점에 팽창을 시작한 가장 바깥 부분은

현재 반경 약 470억 광년인 입체의 표면이다.

그 곳은 우주 팽창에 의해 빛의 속도의 3.4 배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예측되는 우주의 전체적인 모습을 우리는 절대 볼 수 없다.

우주적 스케일에서 빛의 속도가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은하와 동급인)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230만 광년이다.

즉, 230만 년 전에 그 은하를 출발한 빛을 우리는 ‘지금’ 보는 것이다.

(230만 년 전이라면 지구 연대기로는 신생대 제3기에 해당한다.)

지금 막 창가에 떨어진 햇살은 (무려!) 8분 전에 태양표면을 떠났던 빛이다.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우리가 우리 손을 보더라도

사실은 그 손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이다.

다만, 일상의 거리 스케일에 비하면 빛의 속도가 충분히 커서 불편이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우주의 내부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그 세포에 해당하는 것이 은하이다.

우주에는 약 1천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각각의 은하는 평균적으로 수천억 개의 항성을 가지고 있다.)

은하의 공간상 분포 연구는 우주의 구조(fabric)를 밝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은하들의 분포를 공간상에 점으로 찍어보면,

그 점들이 하나하나 모여 소위 “필라멘트” 구조를 이룬다[그림1].

근육섬유 조직과도 비슷하고, 뇌 속 뉴런의 네크워크와도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선형 필라멘트가 교차되는 부분이 은하단(銀河團)이다[그림2].

은하단에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밀집되어 있다.

 

우리가 사는 우리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은하 M87까지의 거리는 약 6천만 광년이다.)

그런가 하면, 필라멘트 구조 속에는 은하가 없이 텅 빈 공간인 보이드(Void)가 있다.

전형적인 보이드 구조의 반경은 3억 광년에 이른다.

빈 공간인 보이드의 압도적인 크기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우주는 평균적으로 지구의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는 어떤 진공보다도 더 밀도가 낮다.

(우주의 평균 밀도는 물 1,000 리터가 들어가는 1 m3 박스에

수소원자가 단 5개가 들어있는 정도이다!)

 

우주 전체를 채우는 이런 필라멘트, 은하단, 보이드 구조들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천문우주학의 오랜 질문이다.

이 중요한 문제의 결정적 단서가

앞서 설명한 우주 나이 38만 살 때의 빛(우주배경복사)에 들어 있었다.

우주배경복사를 이용해 당시의 물질 분포상태를 알 수 있는데,

그 밀도분포의 균질한 정도가 가히 놀라울 수준이다.

비유로 설명하자면, 깊이 1000m인 바다의 표면에

높이 겨우 1cm인 잔물결이 이는 정도이다.

겨우 십만 분의 일 수준의 밀도 불균질성(밀도요동)만 존재했던 것이다.

(1989년 COBE라는 위성으로 이 불균질성을 발견한 연구팀은 2006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미세한 불균질성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 작은 밀도 차이로 인해 중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즉, 밀도가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높았던 곳은

중력적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 주변의 물질을 모아들였다.

애초에 밀도가 낮았던 곳은 물질을 빼앗긴다.

이 현상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일어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단순하고 지루했던 우주는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우주로 바뀌었다.

거대한 필라멘트, 은하단, 보이드가 모두 그렇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현상 덕분에 우리은하, 또 그 안에서 태양과 지구가 탄생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든 구조는 “십만 분의 일”이 만든 걸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초의 밀도 불균질성(밀도요동)은 어디서 온 것일까?

천문우주학자들은 그 원인을 이렇게 본다.

즉, 원자 스케일로 작었던 미세(micro) 우주 안에 존재하던 진공 에너지의 요동이

우주의 급팽창(지난 3월 급팽창의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했다)과 함께 팽창하여

거시(macro) 스케일로 전환된 것으로 이해한다.

우주의 구조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우주는 그 씨앗부터 지금의 모습에 관한 정보를 DNA처럼 가지고 있었다.

 

 

Q. 대우주 안의 다양한 원소들은 어디서 왔을까?

우주에는 약 100여 종의 원소가 있다.

(세상 모든 물질은 이 주어진 원소들의 조합물일 뿐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빅뱅 직후에는 수소만 있었으나

빅뱅 핵융합에 의해 헬륨이 만들어져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그 이상 무거운 원소를 융합하기에는 우주의 온도와 압력이 너무 빨리 떨어졌다.

(태초에 단지 17분간만 빅뱅 핵융합이 있었다고 언급했었다.)

극소량의 리튬... 그 이상의 무거운 원소들은 전혀 생성되지 않았다.

그럼, 오늘 우리 지구를 구성하는 산소, 철, 규소, 마그네슘 원소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산소, 탄소, 질소 원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성(E=mc2)을 발견하고

1938년 한스 베테가 항성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면서,

우주의 무거운 원소들의 기원에 관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한스 베테는 이 연구 성과로 1967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항성들이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 항성은 중심에서 수소(4개)를 핵융합하여 헬륨(1개)을 만든다고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수소 4개와 헬륨 1개 사이의 질량차이(헬륨 1개가 0.7% 더 가볍다.)가

E=mc2 법칙을 따라 에너지로 바뀐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항성은 핵융합으로 헬륨까지만 만들 수 있다.

더 무거운 항성일수록 더 높은 원자량을 가진 무거운 원소, 즉 중원소(重元素)를 만든다.

한편, 항성은 마치 생명체와 같이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다.

새로 탄생한(生) 항성은 수소를 천천히 태우며 살다가(老)

생의 후반부에 오면 맥동을 반복하며(病) 더 많은 중원소들을 만든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급격한 폭발을 맞이한다(死).

이때 자신의 내부에 있던 중원소들을 성간(星間)에 흩뿌린다.

이 성간가스가 중력에 의해 모여 또 다시 다음 세대의 항성이 탄생한다.

이렇게 세대를 반복하면서 수소와 헬륨만의 우주는

차츰 다양한 원소들을 가진 다채로운 우주로 진화한다.

요컨대,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모두 항성의 내부, 즉 별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별의 후예이다!

 

이제 잠시 이런 원소들이 모여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주의 나이가 2/3 지난 시점(빅뱅 후 약 90억 년 후)에

우리은하 원반(disk)의 나선팔에 있던 성간가스를 재료로 항성들이 우수수 탄생한다.

수천 개의 항성들이 동시에 생기고, 곧 뿔뿔이 흩어진다.

이 항성들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모성(母星)인 태양이다.

태양은 우리은하에서 상대적으로 중원소 함량이 높은 항성이다.

(태양의 성분은 수소 75%, 헬륨 23%, 산소, 탄소, 질소 등을 합쳐 2%이다.)

태양을 만들고 남은 가스가 원반의 형태로 갓 태어난 원시태양의 주변을 공전한다.

가스에서 항성이 만들어지고, 그 때 남은 가스가 바로 행성들의 재료로 쓰인다.

원시태양의 항성풍(恒星風)에 의해

수소,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는 가스원반의 바깥쪽으로 날아가고

비교적 무거운 원소들이 선택적으로 안쪽에 남는다.

(항성풍은 빛의 압력으로 항성대기 입자들이 떨어져 나와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제 원소들이 응결되어 지름 수십 km(서울시 크기)의 미행성(微行星)을 만들고,

그 미행성이 수억 개씩 뭉쳐져 행성을 만든다.

그 결과 태양에서 먼 쪽에는 수소, 헬륨으로 구성된 목형성 행성들이,

가까운 쪽에는 산소, 철, 규소로 구성된 지구형 행성들이 탄생한다.

그 중 하나가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 후일 생명의 방주가 된 “지구”였다.

 

 

Q. 우주를 어떻게 이용할까?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여 알게 된 우주를 인류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지구 근처의 가까운 우주공간 외에는 이용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제약은 일상의 거리 스케일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천문학적 스케일의 거리이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는 4.24광년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이 거기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만 년이다.

(그 우주선에 누가 탑승하겠는가.)

최근 최첨단 우주망원경에 의해, 우리은하의 천억 개가 넘는 항성들이 거느린 행성들 중에

지구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행성의 특성, 모성(母星)의 특성, 모성과의 거리 등을 고려하였을 때,

푸른 바다와 온갖 생명이 창만(漲滿)한 아름다운 블루마블이 아니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계행성은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일 뿐,

인류가 이사를 가거나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지구 주변의 우주는 인간이 여러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인공위성[그림 3]은 우주공간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위성중계로 브라질 월드컵을 보았던 것도,

기상위성으로 내일의 날씨를 아는 것도 우주 활용의 예이다.

한편, 인류가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을 개척하는 것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달에서는 새로운 자원 즉, 각종 광물과 희토류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헬륨의 동위 원소인 헬륨-3는 달에는 풍부하지만 지구에는 거의 없는 자원이다.

차세대 핵융합 발전 연료로 알려진 헬륨-3는 금 가격의 300 배에 달한다.

헬륨-3는 태양으로부터 (앞서 설명한) 항성풍의 형태로 우주공간에 퍼져나가는데,

달에는 45억 년간 고스란히 쌓인 반면 지구에는 자기장의 차폐로 들어오지 않았다.

또, 달에서 채취한 암석은 태양계 기원 연구에 대단히 유용하다.

달은 생성 초기에 화산 활동을 멈췄기 때문에 태양계 초기 모습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또, 달 탐사의 이면에는 이런 과정 중 얻게 되는 우주기술이

미사일 개발로 직결될 수 있다는 군사적인 실속까지 숨어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과학 선진국들은 달기지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도 2020년 달에 무인(無人) 착륙선을 보낼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더 나아가, 인류가 (무슨 이유에서든)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화성이나 또는 목성/토성의 위성(달)에서 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有形)의 이득도 중요하지만,

우주가 인류에게 선물하는 무형(無形)의 가치는 더 크고 소중하다.

대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위치와 의미를 아는 것은

인문·사회·과학·기술 등 학문 전분야를 아우르는 지적추구를 통해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이다.

우주는 인류 학문진보의 원동력이다.

그뿐인가.

우주에 대한 이해는 그 시대 인류의 세계관과 시대정신을 이끌며,

담론의 경계, 심지어 상상력의 한계까지 규정할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주는 인류 호기심과 상상력의 발전소이다.

 

나오는 말

<연세소식>의 지면을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년 2015년 연세 천문우주학이 10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는 한국 현대 천문우주학의 요람(搖籃)이었다.

과학에서 조선의 미래를 보았던 언더우드의 비전을 따라,

루퍼스 박사가 1915년 연희전문 개교와 함께 한국 최초의 천문학 강의를 개설하였다.

1922년 이춘호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천문학 강의를 개설한 곳도 연희전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한국인은 다름 아닌 천문학자였다.

1926년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 해부터 모교인 연희전문에서 천문학을 강의한 이원철 교수가 그 분이다.

오늘 연세 천문우주학은 한국 천문우주학의 중심에 우뚝 서있다.

언더우드와 루퍼스가 가졌던 연희동산 무악 천문대의 꿈은,

1928년 언더우드관 옥상에 현대식 망원경이 설치될 때,

1980년 일산 천문대가 열릴 때,

2003년 연세의 이름으로 GALEX 우주망원경[그림 4]이 우주로 날아오를 때,

2008년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그림 5]이 눈을 뜰 때,

마침내 이루어졌다.

한국 최초 천문학 교육과 최초 이학박사라는 역사적 전통 위에 세워진 연세 천문우주학이

인류의 풍요로운 사고를 드러낸 연세 130년 지성사(知性史)를 이어가고 있다.

글_윤석진 교수(천문우주학과)

 

vol.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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