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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역사 속 연세] 민주연세의 꽃 이한열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06-02

민주연세의 꽃 이한열

 

 

‘198769757922’

 

학생회관 옆 한열동산에 서 있는 비석에는 위와 같은 숫자가 새겨져 있다. 과연 무슨 뜻일까? 6월의 아름다운 연세 청년 이한열 동문을 기념하기 위한 숫자로, 그가 민주화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날짜(1987년 6월 9일), 사망일(7월 5일), 장례일(7월 9일), 사망 당시 나이(22세) 등 관련된 숫자들을 조합해 놓은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향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져 가던 1987년 민주헌법 쟁취를 슬로건으로 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계획되고 있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의 ‘6·10대회’가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우리 대학에서는 6월 9일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 대회’가 열렸고, 당시 경영학과 2학년생이었던 이한열 동문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제공: 정태원, 로이터통신

 

이 동문이 정문 앞에서 경찰의 직격 최루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6월 한 달간 전국에서 500만 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결국 정부는 20여 일간 계속된 국민들의 항거에 굴복해 6월 29일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인다는 선언을 했지만, 이한열 동문은 27일간의 투병 끝에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160만 명의 추모 인파가 모였다.

 

친구를 좋아했던 평범한 청년 … 민주항쟁의 열사가 되기까지

 

이한열은 음악에 심취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그가 “특히 친구를 가려서 사귀는 법이 없었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는 데 조금도 인색함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열이가 고3 때 학교에 가서 합숙을 하며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점심밥을 만들어서 학교까지 도시락을 가져다줬지요. 그런데 한열이가 도시락을 어떤 친구에게 주고 자기는 굶고 있는 거예요. 그것을 알고부턴 도시락을 두개 싸주었어요. 그 뒤 비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학교에 갔더니 한열이 친구들이 제게 박수를 쳤습니다. 영문은 몰랐지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학 시절 ‘국토순례 대행진’을 다녀오며 ‘정의를 위한 삶’을 향한 열망을 키웠다. 학내 시위와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이름 중 열(烈)자가 ‘매울 열’이라며 “자신과 최루탄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평범하지만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현실을 고민하던 연세의 청년. 농담처럼 던진 그의 메모처럼 이한열 동문은 1987년 7월 5일 새벽 2시 5분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저 하늘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이한열 항쟁정신 기리는 노력 계속돼

정문에 기념 동판 제작

 

그가 떠난 지 어느덧 2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한열 동문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학생회관과 상경대학을 비롯해 교내 곳곳에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특히 신촌역 인근에는 그의 유품을 비롯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록을 보존하고 전시하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교육하는 ‘이한열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4년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과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동문과 시민들의 성금으로 설립되었다.

 

전시실에는 피격될 당시 입고 있던 연세 경영학과 티셔츠와 안경테, 운동화 등 그의 유품을 비롯해 그가 쓰러진 직후 학생들이 가슴에 부착하기 위해 제작한 판화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경란 관장(교육학과 85)의 설명에 따르면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밖에도 이한열장학회를 구성해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학 활동을 펼치고 있고, ‘이한열 만화상’, ‘이한열문학상’ 등을 제정해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총학생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는 매년 6월 9일 ‘이한열 열사 추모제’를 개최해왔는데, 오는 29주기 추모제에서는 특별히 이한열 동문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지점에 기념 동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넓다란 광장 뜨거운 열기 아래 / 전단이 뿌려지고 최루탄이 터진다. / 파쇼타도 외치다 토론의 밤을 지샌다. / 민주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 이 땅의 인간해방을 위하여 / 새벽 찬 이슬에 젊음을 삼킨 다. / 이 땅의 인간해방을 위하여” (이한열 작시)

 

 

백양로에 모인 추모인파

 

제공: 정태원, 로이터통신

 

생전의 이한열

 

 

 

(자료 및 사진 제공 : 박물관, 이한열기념사업회)

 

vol.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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