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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학위수여식사] 2015년 8월 학위수여식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8-29

2015년 8월 학위수여식사

 

오늘 연세동산을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그동안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기까지 아낌없는 희생과 성원을 보내주신 가족과 친지 여러분들께, 그리고 학문의 길을 이끌어 주신 교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시는 여러분은 여느 졸업생들과 달리 특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바로 올해가 1885년 제중원으로부터 시작된 연세 창립 130주년이자, 연희의 전신인 조선기독교대학이 우리나라 최초로 고등교육을 시작한지 100년째를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으로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뜻 깊은 해에 학업을 마치고,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나는 여러분들에게 저는 다시 한 번 연세의 창립 정신에 담겨 있는 특별한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연세의 역사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130년 전 연세를 세우고 발전시킨 선각자들의 삶 속에 오늘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투영해 볼만한 원대한 꿈과 비전, 그리고 숱한 역경을 딛고 기적의 역사를 만든 성공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그 꿈과 비전을 실현시키려고 합니까? 저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선 연세의 선각자들의 삶에서부터 찾아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연세가 창립되던 19세기말 서구의 열강들은 산업혁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과 생산력을 앞세워 전 세계로 세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조국 조선은 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개방을 둘러 싼 국론 분열로 혼돈에 빠졌고, 근대 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의 개국 압력으로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혼란기에 가난하고 위험한 조선을 찾아와 연세의 기틀을 놓은 알렌 선교사와 언더우드 선교사는 지금 여러분의 나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약관 26세의 청년들이었습니다.

 

연세를 세운 도전과 개척, 배려의 창립정신

 

갑신정변 사건을 계기로 왕실과 연결된 알렌 선교사는 조선 땅에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고종을 설득하여 제중원을 세웠고, 나아가 의학교를 열어 조선인들 스스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였습니다. 제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언더우드 선교사는 언더우드학당을 세워 고아들에게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과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연세대학교의 시작이었습니다.

 

세브란스의학교 1회 졸업생의 학적부에는, 당시 엄격한 신분제 아래 배움의 기회를 꿈꿀 수조차 없었던 천민의 자제인 박서양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조선 최초의 외과의사였습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김규식과 안창호와 같은 민족의 인물들이 모두 언더우드학당을 통해 길러졌습니다. 1907년에는 오랜 세월 조선 사회에 만연했던 여성 천대의 관습을 깨고 최초의 여성 간호사를 길러내기도 했습니다.

 

연세는 이처럼 소외된 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게 하고 자유와 희망을 불어넣는 성공의 도구이자 축복의 손길이었습니다. 연세의 설립자들은,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이역만리의 타국에서, 특별히 소외된 곳에서 고통 받는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자신의 생애를 바쳤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한없는 배려와 희생정신,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연세를 세우고 소중하게 키워나갔습니다. 설립자들에게서 비롯된 이 창립정신은 지난 연세 130년의 역사 동안 연세인들의 DNA에 스며들어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1957년 백낙준 박사는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의과대학을 통합함으로써 연세 제2의 창학의 기틀을 세웠고, 延世대학교는 명실공히 세상(世)을 이끌어 나가는(延) 고등교육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갖추었습니다. 참담한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연세는 고등학문의 융성을 통해 조국의 산업발전과 근대화를 가속화하고, 동시에 민주화 과업의 달성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1978년에는 중부권인 원주 지역에 제2캠퍼스를 개교하여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해오고 있습니다.

 

 

제3 창학을 통한 글로벌 명문으로의 도전

 

130년의 역사를 통해 연세는 현재 30만 명에 이르는 동문과 4,800여 명의 교원, 그리고 신촌 본교, 의료원, 원주, 인천국제캠퍼스의 4개 캠퍼스를 가진 세계 20위의 명문사학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식민지배 시절의 가혹한 탄압과, 동족간의 참담한 내전, 가난과 독재의 어려운 시절을 지나오면서도 연세는 이처럼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선각자들의 원대한 꿈과 강인한 정신 위에서 연세의 비전과 이상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해온 연세인들의 사명감, 그리고 연세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교 당시 200명의 학생들을 위해 30여만 평의 캠퍼스 부지를 확보했던 연세 선각자들의 원대한 비전과 계획, 열정과 도전정신을 누가 감히 흉내낼 수 있겠습니까?

 

오늘 연세는 지난 130년의 한없는 축복에 감사하며, 세계 명문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새로운 기적을 이루기 위해 “제3 창학”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연세는 누구도 선뜻 발을 내디디려 하지 않던 서해 바다 간척지에 캠퍼스를 세우고 Residential College 교육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아시아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100년 후를 내다보며, 백양로 재창조 사업과 경영관 신축, 원주의료원 외래센터와 이과대학 및 공과대학의 증축, 우정원 기숙사와 제중-법현학사 신축 등 21세기에 걸맞는 첨단시설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이제 여러분들의 인생과 미래의 삶 속에 연세 선각자들이 간직했던 도전과 개척정신, 그리고 원대한 비전과 불굴의 실천 의지, 나라의 발전을 선도했던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을 투영해 보시기 바랍니다. Robert Frost는 ‘가지 못한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에서 자신은 ‘less traveled by’ 즉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연세인들이 가야할 길도 많은 사람들이 가려 하지 않는 길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던 곳에 길을 만들어, 많은 이들을 새로운 꿈의 땅으로 인도하는 것이 연세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맡겨진 소명입니다.

 

 

시대를 선도하며 꿈을 이루어가는 신뢰받는 연세인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장애를 넘어야 합니다. 가보지 않은 앞길에는 무엇이 있을지, 가시밭길인지, 자갈밭길인지, 혹은 맹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합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쉽고 평탄한 대로로 가야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남다른 꿈이 있다면 자신의 꿈을 믿고, 그리고 지난 130년 간 연세를 지켜주신 하나님과 30만 연세의 동문이 여러분을 응원한다는 것을 믿고 묵묵히, 그러나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열어가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열어가는 길이 다른 많은 이들을 희망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린도후서 3장 3절 말씀에 “너희는 …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잉크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 판에 쓴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 하나하나가 하나님께서 세상에 보내신 편지인 것처럼, 연세의 DNA를 받은 졸업생 여러분은 연세가 세상을 향해 보내는 “편지”입니다. 편지는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만 편지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보면서 연세를 알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말과 행동이 곧 세상이 연세를 평가하는 잣대가 됩니다. 과거 130년간 그러했던 것처럼 연세가 우리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받고 또 신뢰하는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 한국 사회는 지금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 도처에서 근거 없는 주장과 풍문이 판을 치고, 교묘하게 왜곡된 거짓 내용들을 무책임하게 유포하여 구성원들을 혼란시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신뢰수준이 급격히 하락하여, 이웃을 신뢰한다는 사람은 고작 30%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 증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계은행에서도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8%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가 먼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하였습니다. 신뢰가 무너져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믿음 없는 사회로 변하고 있지만, 우선 우리 연세인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책임 있는 행동으로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앞장서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소금의 역할을 하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도 곧 아름다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배려와 긍정의 바이러스

 

28세에 하버드 로스쿨 역사상 최연소 교수가 된 법학자 앨런 더쇼비츠가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일화를 소개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고교 시절 그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낙제점을, 그리고 히브리어와 역사에서는 겨우 65점을 받아 간신히 통과한 부진아였고, 선생님들은 그를 대학에 갈 재목이 아니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는 뉴욕 시민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브루클린대학에 진학하기 직전, 유대교회의 여름 캠프에 참여했고,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캠프에 참가하는 동안 그는 운동과 다른 활동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자신의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낙제생이었던 그는 11년 후 하버드 로스쿨 역사상 최연소 교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한 졸업생 여러분 중에도 더쇼비츠와 같은 인물이 있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분명히 더쇼비츠가 나올 것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배려와 긍정의 말이 이웃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처럼, 연세인은 세상의 소금이 되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입니다. 상대에 대한 여러분의 작은 배려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긍정의 바이러스가 될 것입니다.

 

동문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연세

 

연세를 떠나 새로운 모험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연세의 현재인 동시에 과거이며 미래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는 연세의 DNA가 심어져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DNA보다 교육의 DNA가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세의 이름이 빛날수록 여러분도 더욱 더 자랑스러운 연세의 빛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졸업생 여러분의 학교 사랑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학교도 졸업생들의 사랑을 받을 때 더욱 빨리 성장합니다. 그 사랑은 마음뿐만 아니라 재정 후원과 같은 구체적 행동이 있을 때 완성이 되고 힘도 발휘합니다. 130년의 연세 역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독지가들의 소중한 후원이 있었습니다. 루이스 세브란스와, 신촌 캠퍼스 설립을 후원해 주신 언더우드 선교사의 친형 존 T. 언더우드, 드넓은 원주캠퍼스를 마련해 주신 분 등, 수많은 동문들이 모교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가까운 사례로는, 10월 7일 봉헌하게 될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 참으로 감사하게도 2만여 분 이상이 후원을 하셔서, 연세 모금 역사에 최대 인원 참여의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연세 30만 동문의 10%인 3만 명이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 참여하는 역사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모교 연세가 세계 명문대학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세계 명문대학의 동문으로 여러분의 긍지와 자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랑을 적극 표현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성원을 바탕으로 연세는 130년의 전통을 이어 “역사를 만들어가는 아시아 최고의 세계적 명문”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연세와 함께 졸업생 여러분도 어떠한 역경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연세의 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학위수여식에 참여해 주신 졸업생과 가족과 친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주님의 큰 은혜가 여러분과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년 8월 28일

총 장 정 갑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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