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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2013년 창립 128주년 기념일 축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3-06-01

“탁월함과 위엄을 함께 지니고 변화를 선도하는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존경하는 김석수 신임 재단 이사장님과 내외귀빈 여러분, 졸업 25주년과 50주년 재상봉을 맞아 모교를 다시 찾아주신 자랑스러운 동문 여러분, 그리고 오늘 우리 연세대학교의 창립 128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연세 캠퍼스를 찾아주신 모든 연세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오늘 장기근속상, 사회봉사상, 의학대상 및 학술상을 받으시는 교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5월의 아름다운 신록이 가득한 연세 캠퍼스에서 창립 128주년을 축하하고, 연세의 설립 정신과 사명을 되새기며, 명문 사학의 전통을 계승하여 미래에 더욱 찬란한 연세의 역사를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128년 전, 우리의 선각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뿌렸던 씨앗이 이제 30배, 100배의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을 목도하면서, 우리 연세를 향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와 인도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28년 동안 우리가 걸어 온 길은 한국의 근대 고등교육의 역사였으며, 지금도 세계와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연세의 품 안에서 양성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세의 전통을 계승하고,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 해 제17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제3의 창학’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제3의 창학’은 지난 130년 가까이 축적된 연세의 전통을 기반으로, 이제는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하자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었습니다. 우리 연세는 ‘제1의 창학’으로 한국 고등교육의 개척자가 되었고, ‘제2의 창학’으로 이 땅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었습니다. 이제 연세는 ‘제3의 창학’을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를 향하고,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변화를 선도하는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해야만 한다는 것이 저의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세계 대학(Asia’s World University)으로 웅비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의 탁월함을 지향하되, 대학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겠다는 것(excellentia cum dignitate)이 제가 가진 미래의 꿈이었습니다.

지난 일 년의 노력을 통해, 우리 연세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일 년 동안에는 ‘제3의 창학’이 실현되는 원년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벅차고, 감격스러웠던 한 해였습니다. 국내외의 평가에서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의 성과를 유감없이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온 연세 가족의 화합과 배려 속에 여러 가지 갈등과 정체를 극복하고, 캠퍼스의 오랜 숙원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변화는 하나님의 크신 축복과 은혜로 송도 국제캠퍼스를 봉헌하는 벅찬 감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송도 국제캠퍼스는 2006년 이후 지난 7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초 7만 2천 여 평의 교육시설과 더불어 전면 개교하게 되었고, 내년 초까지 총 9만 3천 평의 첨단 교육·연구 시설이 준공될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기억하시는 대로 그곳은 인천의 바닷가 갯벌을 간척하여 만든 곳입니다. 물이 변하여 땅이 되는 천지개벽의 터전 위에 디지털 문명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글로벌 시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연세의 터전이 확보된 것입니다.

이미 올해부터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상징인 Residential College (RC)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의 RC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내년 신입생부터는 1년간의 RC 교육의 혜택이 모든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다양한 성장배경과 문화적 차이를 지닌 학생들이, 학습과 생활이 통합된 RC환경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체득하며, 공동체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세상을 섬기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 본연의 의무이자 꿈입니다. 우리의 이런 노력들이 한국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두 번째 변화는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입니다. 우리가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교육은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s) 대학 본질의 회복입니다. 서양 중세의 길드 시스템에서 출발한 ‘대학’은 처음부터 ‘Universitas’라는 라틴어로 불렸습니다. 이것은 다른 생각과 다른 연구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룬 이질적인 집단을 의미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이런 대학의 본질을 회복하고 최근 지식 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의 추세에 부응하여, 융합적 사고를 지향하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국내 최초로 인문·사회·과학의 융합교육을 지향하는 학부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언더우드국제대학(UIC) 내에 HASS (Humanities, Arts and Social Sciences)와 SED (Science and Engineering Division) 계열에 7개의 융복합 전공을 신규로 개설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과와 전공 중심의 한계를 넘어 인문·예술·문화의 기본적 소양과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을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송도 국제캠퍼스의 UIC는 머지않아 2천여 명이 넘는 세계적인 Arts & Sciences College로 발전하게 되고, 국제캠퍼스는 1학년 전체의 RC, UIC, 약학대학, IT 명품 등 5천 명 이상이 상주하는 캠퍼스로 변모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인문, 사회, 의생명, 이공 분야 등 모든 학문 분야에서 융합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본교와 의료원, 원주, 송도 등 모든 캠퍼스에서 400여 명의 교수가 참여하여 38개의 연구센터로 구성되는 미래융합연구원을 지난 4월에 발족시켰습니다. 연구자 지도 (research map)를 완성하여, 연구자 상호간 융합연구 참여 인력 정보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손쉽게 학문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나아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의·생명 분야의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하고, 의·생명 분야의 융합연구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의·생명과학 콤플렉스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것은 의료원과 본교가 인접해 있는 천혜의 장점을 활용하고, 첨단시설과 연구역량을 공유하여 의학과 생명과학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 큰 변화는 새롭게 단장될 신촌 캠퍼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비롯하여 캠퍼스의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됩니다. 잠시 후 기공식을 갖게 될 ‘백양로 재창조 사업’은 캠퍼스를 드나들던 차량통행과 주차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친환경 녹지와 광장을 조성하여, 백양로를 ‘Under the Wood’, 즉 ‘도심 속의 숲’으로, 연세인 모두를 위한 교류와 소통, 문화의 장으로 되돌리는 큰 작업입니다. 신촌캠퍼스의 얼굴을 바꾸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 참여하시어 여러분의 이름을 백양로에 영원히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경영관 신축, 공과대학 증축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대학원 기숙사의 신축과 제중학사와 법현학사의 재건축 등으로, 향후 신촌캠퍼스 학생들의 주거고민은 상당부분 해결될 것입니다. 암센터 건립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로써 세브란스는 세계 최고의 의료시설로 더 큰 명성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원주의료원은 외상센터 신축, 응급의료 구조헬기 도입 등을 통해 경기·강원 권역의 의료안전망과 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네 번째 변화는 글로벌 환경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대학교의 국제적 위상입니다. 우리는 연세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 명문대학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G1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대학이 주도하여, 게이오대학, 홍콩대학과 함께 3-캠퍼스 글로벌 컨소시엄 (3-campus consortium)을 구성하였고, 세계 최고의 명문인 프린스턴, 코넬, 킹스컬리지 런던 등이 컨소시엄의 3-캠퍼스 동아시아 공동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지난 2012년 2월 이후 우리대학교는 미국의 시카고, 프린스턴, 코넬, 영국의 에딘버러와 킹스컬리지 런던의 5개의 세계 50위권 대학과 새로운 협력 사업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내년부터는 summer school을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할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대학교는 세계 명문대학들과 교육과정, 학생, 교수의 교환과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G10 프로젝트를 완성할 것입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UN이 주관하는 세계 25대학 총장회의에 한국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UN이 설정한 새천년 개발 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의 달성을 위해 대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공공정책 및 교육방향을 논의하였습니다. 세계 명문대학들의 공통된 과제는 ‘학문 간의 개방과 융합, 글로벌 네트워크의 협력과 확대 등을 통해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2013년 올 한해도 대학을 둘러싼 교육환경은 많은 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는 대학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학령인구 감소와 반값등록금 요구에 따른 대학 재정압박 또한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내외 변화 속에서 우리 연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명문 대학으로서의 탁월함(excellence)과 위엄(dignity)을 함께 지니고 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연세는 이제 2년 후에 창립 130주년을 맞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선각자들이 세운 연세 정신의 토대 위에 지금까지 이룩한 전통과 명성을 한 단계 드높이는 역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며, ‘제3의 창학’을 성공시키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학교의 설립자이신 언더우드 선교사의 옛 편지를 하나 인용하고자 합니다. 1915년 8월 26일, 언더우드 선교사가 송도 국제캠퍼스가 멀지 않은 인천 소래에서, 미국 뉴욕의 해외 선교본부의 책임자이신 아서 제이 브라운 박사에게 쓴 편지입니다. 이 편지 속에는 험난한 여건 속에서 ‘제1의 창학’을 이끄셨던 그 분의 지혜와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일본 식민 정부와 선교사들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 선교사가 조선인에 대한 일본 경찰의 잔혹한 고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 기독교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총독부는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평양에 이미 기독교 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언더우드 선교사는 내부의 반대에도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언더우드 선교사는 이런 대내외적인 시련과 방해를 극복하고 마침내 연희전문이라는 기독교 대학의 ‘제1 창학’을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자 일본 총독부는 장학사를 파견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윤리학을 가르칠 때 종교에 대한 내용은 강의하지 말라는 요구도 합니다. 이런 총독부의 감시를 보고하면서, 언더우드 선교사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종교를 가르칠 때 선교사가 주는 커다란 도움은, 입에서 나오는 말에 의한 강의에서가 아니라, 그가 사는 삶에서 나옵니다.”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이 연세 동산에서 학교 창립 128주년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옛 추억과 낭만을 한껏 느끼시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대학은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 중의 평범한 한 대학이 아닙니다. ‘제1의 창학’을 위해 애쓰고 땀 흘리셨던 선각자들의 희생적인 삶의 정신이 지금도 우리 캠퍼스에 도도히 흐르고 있고, 그 흐름은 원주캠퍼스를 거쳐 이제 송도 국제캠퍼스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에 의한 강의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헌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맡겨주신 하늘의 사명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가호와 은총이 앞으로도 온 연세 가족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5월 11일 연세대학교 총장 정 갑 영

 

vol.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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