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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1-04-01

쿠마가이 유이치 연세대학교 일본 유학생회 대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일본 전역의 거리와 사람들의 일상에는 아직도 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따른 각종 흔적과 우려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의 아픔을 달래고 보다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종 구호 활동들이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우리 교내에서도 일본 유학생회 및 기독학생연합회 등의 단체에서 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을 계기로 설립된 우리대학교 일본 유학생회는 교내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일본 유학생회를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대표 쿠마가이 유이치 대학원생(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글로벌라운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쿠마가이 유이치는 미야키 현 케센누마 지역 출신으로 이번 대재앙의 실제 피해자이기도 하다. 일본 유학생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모아 피해자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돕기 위해 나서다 글로벌 라운지로 들어오는 쿠마가이 유이치의 얼굴은 피곤과 슬픔으로 인해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검은 양복을 입고, 가슴에는 상장(喪章)을 단 채로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의를 표했다. 우리대학교 일본 유학생회가 설립된 계기와 과정을 묻는 질문에 쿠마가이 유이치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본에 지진이 났을 당시 연세대 내에서도 여러 일본인들의 우려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일단은 제가 피해지 출신이기 때문에, 먼저 움직였던 것 같아요. 지난주 화요일에 어머니의 안부가 확인됐어요. 그동안 저도 엄청 불안했지요. 연락이 전혀 안됐어요.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불안감만 커져 갔고, 최악의 상황만 생각했었죠. 어머니의 회사가 바닷가에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텔레비전을 보니 어머니의 회사도 쓰나미에 쓸렸더라고요. 텔레비전 보면서 눈물만 흘리고. 그런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저는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고, 수많은 피해자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인데, 그냥 울기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니었어요. 제가 모임을 조직했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통해 결국에 위로를 받은 사람은 저였죠.” 가만히 울고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한 쿠마가이 유이치는 누구보다 앞장서 일본인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 내용은 우리 모두 슬픔은 잠시 접어 두고, 멀리서나마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는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 일본 유학생회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3월 14일 발족했다. 단체의 이름을 정하면서 ‘일본인 유학생회’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뜻 깊은 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온 학생 중에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재일교포나 일본 유학경험이 있는 한국인 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단체의 이름을 ‘일본 유학생회’라고 정하고 국적은 상관없이 일본과 관련 있는 사람들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부모 기도회 및 음악대학 연주회를 통한 모금활동 계획 어떤 구별도 없이 모든 피해자들에게 도움 주고파 현재 일본 유학생회가 중점으로 하는 활동은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이다. 연세대학교 내에서뿐만 아니라, 신촌역, 인사동 등지에서 활발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유학생회에서 처음 모금활동을 시작할 때 계획은 3월 31일까지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4월에는 연세대학교 학부모 기도회에서 관련 모금활동에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어요. 게다가 우리대학교 음악대학에서도 연주회를 열어서 모금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3월 31일까지 모금활동을 하지만 조금 더 연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모두 적십자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피해지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구호물품을 구입하여 보내주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필요사항을 직접 파악하여 관련자가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여러 방송국에서도 각각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모인 성금은 적십자로 보낸다. 적십자는 이렇게 각지에서 모인 돈과 구호물품 등으로 일괄적이고 체계적인 구호활동을 할 수 있다. 쿠마가이 유이치는 모금액을 적십자에 전달하는 또 다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실 이번에 일본에서 피해 입은 사람들은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많고, 중국인, 필리핀인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어요.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마찬가지예요. 피해 입었다는 것은 다 똑같아요. 그래서 피해자를 어떤 기준으로 구별하지 않고 모든 피해자에게 똑같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똑같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 고마워요 가족들을 일본에 남겨두고 매순간 노심초사할 쿠마가이 유이치에게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고 싶죠. 하지만 센다이 공항도 아직 복구 중이고, 어떻게 근처까지 간다고 해도 저희 마을까지 가는 도로가 복구가 안되어 있어서 갈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지에서도 오지 말라고 해요. 왜냐하면 한 사람이라도 많아지면 음식, 물, 잠자리 등 필요한 것이 많아져요. 그러니까 좀 기다리면서 복구가 좀 진행되면 오라고. 빨리 보고 싶지만 그런 상황이에요. 답답해요, 많이.” 그의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학교 차원에서도 지원이 있었다. 쿠마가이 유이치는 고맙다는 말밖에는 나오질 않는다며 연신 고맙다고 되풀이했다. “총장님께서 일본 귀국할 때 항공권을 마련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피해 지역 출신자에게 도움을 주는 절차는 연세대학교가 다른 학교들에 비해 훨씬 빨랐어요. 또한 교목실에서는 기도회를 열어 주기도 했어요. 이처럼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피해지, 피해자를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연세대가, 저도 연세인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 전달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세대학교의 이런 고마움을 꼭 알리고 싶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인, 또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줄 지 몰랐었어요. 왜냐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주변에 한국인 친구, 학생들은 다 걱정해 줬어요. 같이 마음 아파해 줬고 울어 줬어요. 사실 일본에서도 모금 사기나 각종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심지어 일본사람들이 일본사람에게요. 물론 한국에서도 모금활동을 하다보면 일본이 경제 강국인데 왜 우리가 돈을 보내야 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다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어요. 힘내라고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정말 고마웠어요.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지만 그래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인간으로서 모두 똑같았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많은 힘이 됐습니다.” 비록 어려운 일을 계기로 결성된 단체지만, 앞으로도 일본 유학생회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꾸준히 발전하길 기대한다. 더불어 일본 유학생회와 연세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이 이웃나라 일본이 역경을 극복하는 데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

 

vol.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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