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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학위수여식사] “연세정신과 가치 되새겨…… 사회적 약자의 곁을 지켜주길”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1-03-01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오늘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는 자랑스러운 연세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오늘 졸업의 영광을 안고 사회로 힘찬 출발을 하게 됩니다. 이 시간은 여러분이 연세에서 갖는 마지막 수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이 교육받은 연세대학교의 가치가 무엇인지, 또한 연세인으로서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리할 수 있도록 오늘 여러분과 함께 졸업의 영광을 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졸업 식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연세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컴퓨터과학과 02학번 신형진 군과 신 군이 있는 곳이라면 강의실, 연고전, 동아리 MT, 어디거나 곁에서 자리를 지키신 어머니 이원옥 여사입니다. 두 모자의 동시 졸업은 연세대학교 126년 역사의 또 하나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 군은 생후 7개월에, ‘척추성 근위축증’이라는 병명으로 1년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약관의 나이를 훨씬 넘은 오늘, 우리와 함께 영광된 졸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거의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신 군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머니 이원옥 여사가 흘린 눈물의 양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여사는 신 군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복도를 홀로 지켜내었고 신 군이 가는 곳마다 함께했기에 오늘 그 어떤 학위보다 빛나는 명예졸업장을 수여합니다. 참고로 우리대학교에 적을 한 번도 갖지 않은 사람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세대학교는 신 군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와 역시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사회복지대학원장까지 역임하다 지난해 소천하신 고 이익섭 교수님을 배출한 대학입니다. 신형진 군이 대학진학 시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연세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연세대학교는 최초로 장애학생을 배려한 입시를 시작했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수화를 대학의 정식 교양과목으로 개설했습니다. 또한 장애학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 꾸준히 시설투자를 늘려왔습니다.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최근에는 장애학생들의 교내 이동을 전담할 차량을 마련했습니다. 연세는 처음으로 농․어촌 학생들과 실업계고교 졸업생들의 특별전형을 도입했고 100여 명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선발하여 4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마음장학생 선발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특별시의 위탁을 받아 학교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자’센터와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오래하는 것은 바로 모교가 여러분에게 가르친 연세정신과 가치를 기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연세는 학문의 수월성을 추구합니다. 또 이 세상의 지도자를 배출하기를 원합니다. 또 여러분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연세는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사회적 약자 곁에 자리를 지켜줄 것을 소망합니다.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 국가,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배운 연세의 정신이고 가치인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특별히 무엇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힘과 소망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긍정적 사고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갈 것을 권면합니다. 다시 신형진 군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사실 중증 장애의 몸으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부전공하는 것이 쉬웠겠습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때로는 한 학기에 한 과목 또 세 과목 이상을 들으며, 또 한 번은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2년이 넘게 입원해서 투병할 때 얼마나 좌절감이 컸겠습니까? 그리고 입학 후 졸업하는 오늘까지 9년 동안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형진 군이 퇴원 후 복학해서 어느 날 채플시간에 앞자리에 참석했던 형진 군의 얼굴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날 제가 말씀을 증언했는데 무슨 내용의 설교를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고 오직 기쁨에 차 해맑은 웃음을 띠는 형진 군의 평화로운 모습만이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신 군의 어머니로부터 형진 군이 재택근무로 첫 월급을 받았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여동생이 귀가하지 않아 걱정하는 부모님께 “그래도 믿을 것은 아들밖에 없지?” 라고 여유 있는 농담을 한 형진 군은 정말 긍정의 힘이 이루어 낸 기적인 것입니다. 마지막 권면은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형진 군 모친은 형진 군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시간표나 강의실을 변경해 주면 관련된 분들께 꼭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창립 125주년 행사에서는 연세에 드리는 감사편지를 읽기도 했습니다. 이원옥 여사는 감사편지에서 “세상을 향해서 연세대학교를 큰소리로 자랑하고 싶습니다. 형진이 같은 중증 장애인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게 키워 주고, 주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이 가득한 대학교라고......” 이렇게 밝히셨습니다. 또한 형진이가 치료받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다른 많은 근육병 환우들에게 힘이 되고자 일 년에 한 번씩 퇴원기념일을 맞아 후원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애아들을 두고 아들의 수족 역할을 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바치면서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신세를 탓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즉각 감사를 표시해 왔던 것입니다. 이런 감사의 마음이 전 연세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형진이 일이라면 누구나 돕고자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고 이를 표현하면 더 좋고 더 큰 성공이 따를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몇 해 전, 어려운 입시를 마치고 보송보송한 얼굴로 이 자리에 섰을 때의 마음을 지켜, 오늘 다시 이 영광의 자리에 서게 되었듯이, 오늘 정든 교정을 나서며 갖는 마음을 끝까지 지켜 삶의 자리에서 승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와 연세대학교의 선배와 후배들은 여러분이 각자의 삶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며 응원할 것입니다. 아울러 연세대학교가 지난 126년 동안 감당해 온 섬김의 사명을 앞으로의 126년 동안도 지켜낼 수 있도록 동문으로서 관심과 응원을 보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2011년 2월 28일 연세대학교 총장 김 한 중

 

vol.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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