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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글을 쓰는 것이 내 삶 자체에요, 통째로 내 삶이에요.”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0-10-16

2010 동인문학상 수상작 「안녕, 엘레나」의 김인숙 작가 소설가 김인숙의 작품집 「안녕, 엘레나」가 2010년 10월 4일, 제4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김인숙 작가가 “불우한 운명에 사로잡힌 보통 사람들이자 우리의 숨은 자화상들인 이들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김인숙의 물음을 쐰 독자는 가슴에 벌침처럼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그 구멍을 통해 행복했던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숨이 막히지만, 작가는 그 비루함의 진창 속에서 숭고의 연꽃을 건져 올리고, 독자는 문득 매우 시원한 바람 하나를 맞는다”라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문방송학과(現 언론홍보영상학부) 82학번(87년 졸업)으로 자랑스러운 연세인인 김인숙 작가를 지난 10월 11일 연희동 문학창작촌에서 만났다. 동인문학상 수상, “솔직하게 기뻐요” 김인숙 작가를 만난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시에서 등단한 작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다. 연희동 주택가 골목 어귀에 위치한, 제법 근사한 정문을 통과해 오르막을 오르니 붉은색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한 바람이 있는 작은 촌(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 창작촌의 소나무 아래에서 운치 있는 인터뷰가 시작됐다. 먼저 동인문학상 수상 소감에 대해 그녀는 소녀처럼 밝게 웃으며 수상의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요새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인데, 전에는 상을 받거나 그러면 겸손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렇게 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실 그냥 ‘기쁘다’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정직한 표현이고 그렇게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는 두렵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등의 소감을 말했었어요. 뭐 그런 마음은 지금도 분명히 있지만 무엇보다 그냥 ‘기쁘다’는 표현이 가장 정직한 것 같아요.” 소설가가 꿈은 아니었어요, 만해백일장 장원으로 지금에까지 김인숙 동문은 작가로서 어린 나이인 스무 살에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등단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생각처럼 절박한 계기는 없었다며, “당시에는 지금보다 덜 성숙하고 덜 영악한, 좀 더 순진한 학생이었죠. 계기라고 해봤자 글을 잘 쓴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표현했을 뿐이지, 빨리 등단을 해서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탁월한 글 솜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 싹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진명여고를 졸업한 김 작가는 당시 문예반 활동을 하며 여러 백일장에서 수상을 했다. “당시 문예반 담당 선생님이 이우종 선생님이라고 유명한 시조 시인이셨어요. 우리 때만 하더라도 각종 백일장을 휩쓰는 학교가 몇 있었거든요. 그 학교만 나가면 백일장의 모든 상을 휩쓸어오고 그랬는데, 우리 학교는 시조가 바로 그 분야였어요. 그래서 이우종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아 주로 시조 훈련을 시켜서 시조 백일장에 많이 내보냈죠.” 다시 고등학생 시절의 추억을 풀어놓는 소설가 김인숙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런데 여고생이 시조를 쓰는 일은 별로 행복한 일이 아니었어요(웃음). 저는 입상 정도는 수상을 했지만 큰 상은 타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이우종 선생님께서 시조 쓰라고 만해백일장이라는 데를 내보내셨어요. 만해백일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큰 백일장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시조를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시를 써서 장원을 했어요. 역시 장원의 맛은 좀 다르더라고요. 그 장원 수상이 아마 큰 계기가 됐을 거예요. 그 때 큰 기쁨을 알았기 때문에 그 후에도 신춘문예에도 응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소설 속 인물들과 공감하는 매력 소설 통해 외로움 달래 김인숙 작가는 어릴 적부터 시조, 시,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 왔다. 그런 그녀는 소설의 어떤 점에 유독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김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꾸미고, 또 본인이 직접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함께 공감하는 경험이 굉장히 즐거웠다고 했다. “아무래도 소설은 이야기잖아요. 시처럼 이미지가 아니라 소설은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소설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연애소설을 아주 엄청나게 읽었는데 나를 소설 속에 대입시켜 보고, 또 내가 연애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그런 짓들을 참 많이 했죠. 당시에는 문학하는 여고생의 오만함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소설을 보면서 이런 소설은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물론 그 후에 참 내가 틀렸구나, 소설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요.” 이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스스로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헤엄치기를 즐기던 어린 시절의 김인숙은 우리대학교에 입학하여 「상실의 계절」을 집필한다. 이를 통해 83년 신춘문예로 작가 데뷔를 한다. 하지만 당시의 소설 「상실의 계절」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 달리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외로움의 극복 과정에서 태어난 소설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해서 많이 외로웠어요. 외로우니까 할 일이 글 끼적거리고 그런 일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일 년을 그렇게 했었어요. 연습장에다 깨알 같은 글씨로 소설을 썼어요. 그때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외로우니까, 나를 주인공으로 삼아가지고 안 외로운 얘기들을 쓰고 그랬어요. 그때 아마 문장수업은 엄청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발표할 소설은 아니었고 그냥 나를 위한 소설이었죠.” 소설은 질문을 던지는 소통의 창 소설이 마음 속 구멍을 메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김인숙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고, 또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다. 게다가 이번 동인문학상 수상을 통해 소설가로서 인지도 역시 더욱 높아져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작가에게 본인의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소설은 뭔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에요. 소설은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에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너는 아느냐 대답해 봐라가 아니라 나도 모르겠으니까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을 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또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 삶은 왜 저렇게 힘들고, 저 삶은 왜 저런 결절을 가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궁금해질 때 그걸 글로 쓰면서 독자들하고 얘기를 나누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은 다들 어느 정도씩 슬프거나 우울하다고 했다. 만일 아주 행복한 주인공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더라도 작가는 결국 그 행복 속에 가려져 있는 우울과 슬픔을 계속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녕 엘레나’에서 구멍으로 표현된 이러한 우울과 슬픔은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크기로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설을 통해 이러한 구멍을 들여다보고 그걸 어떻게 채워야 할 지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작가는 당부했다. 김인숙의 삶, 글을 쓰는 삶 그 자체 마지막으로 김인숙 작가에게 작가로서 삶을 물었다. 또 작가가 생각하는 본인의 미래에 대한 답변을 부탁했다. “27년을 글을 써왔다는 것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작가로 산거거든요. 스무 살 이후부터는 계속 작가였기 때문에 이젠 글을 쓰는 게 내 삶 자체에요. 통째로 내 삶이에요. 요새는 그것을 순하게 받아들여요. 어차피 내 삶 자체가 작가면 정말 이름만 작가인 게 아니라 속속들이 작가인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쉽게 이야기하면 좋은 글을 써야겠다. 한 문장도 놓치지 말고. 잘해야겠다. 성실해야겠다. 무엇을 하든지 간에 더 성실하고 그래야겠다.” 한마디 한마디를 담담하게, 힘주어 풀어놓는 그녀의 마지막 대답은 작가라는 직업 테두리를 넘어 누구나 항상 생각하고 지켜야 하는 가르침이 아닐까. 사소한 것도 놓치지 말고, 성실하게, 무엇을 하든지 더 성실하게 삶을 풀어가는 연세인이 되어야 한다는.

 

vol.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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