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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박인서 동문 가족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0-05-16

제중원에서부터 오늘날 연세의료원이 되기까지 4대째 이어온 '연세의 뿌리'라는 자부심 지난 5월 8일, 간만에 찾아온 봄다운 날씨에 푸르른 청송대의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바로 박인서 동문(의학 1962 졸, 의과대학 내과 명예교수) 가족이다. 연세 창립 125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자랑스러운 연세가족 초청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학교를 방문한 것.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을 4대에 걸쳐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의 눈과 귀를 주목시키는 가족 이야기를 3대 박인서 동문을 통해 들어봤다. “가족끼리 모이니 좋지 뭐, 허허. 지난 100주년 기념 때에는 아버지와 함께 왔었거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때 나는 졸업 25주년, 아버지는 50주년이었어. 그게 벌써 25년이 흘렀네.” 연세 창립 125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자 돌아온 박인서 명예교수의 답변에서 연세의 역사와 가족의 역사가 둘로 떼어낼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박인서 명예교수 가족은 그야말로 ‘연세’ 가족이다. 직계로 4대에 걸쳐 의과대학 동문을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멀게는 7촌까지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 가족들이 우리대학교 출신이다. 오늘 박 명예교수와 함께 온 아들, 딸 모두 졸업생 출신으로 모교를 찾았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로 의과대학에 입학 조부 박영식은 제중원의학교 제2회 졸업생 박 명예교수 가족과 연세와의 인연은 190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작고하신 조부(祖父) 박영식이 세브란스의학교(제중원의학교) 제2회(1911년) 졸업생인 것. “우리 할아버지는 평북 사람인데, 그 때가 언제야 조선 말년이네. 우리 집안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 선교사가 할아버지에게 세브란스 병원 추천서를 써줬다고 해요. 어느 날 갑자기 오밤중에 시체를 옮기라고 하더래. 그래서 시키는 대로 옮겼더니 그 다음 날 아침에 공책하고 잉크를 주더라 이거지. 오늘날로 하면 그게 입학한 거야.” 조선 말년, 미국 선교사, 공책과 잉크. 마치 국사책 속의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박 명예교수의 아버지 고(故) 박준근 동문은 세브란스 제27회(1937년) 졸업생이다. 전공은 심장내과로, 우리나라 최초로 심전도학(1959년)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예전에 김명선 박사라고 계셨어요. 내가 의예과에 56년 입학해서 본과로 간 게 58년이지 아마. 본과에서 맨 처음 모이는 채플 시간에 모든 교직원들 모인 데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말씀하시더라고. 에비슨 홀이라고 언덕에 있는 기념관이 하나 있어. 거길 지나가는 데 웬 촌사람이 옆에 웬 놈을 데리고 저기서 올라오더래. 가만 보니까 세브란스의학교 선배님인 거야. 우리 할아버지지. 그래서 ‘아니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했더니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얘를 좀 입학시키려고 한다’ 하시더래. 그게 우리 아버지였던 거야.”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들어간 박인서 동문의 학교생활은 어떠했을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학교를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3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만 했다고 박 교수는 털어놓는다. “수시로 불려갔지. 선배들 오면 불러내어 인사시키는 거야. 누구 아들이고, 누구 손자고. 아까 말한 그 채플 시간에도 김명선 박사가 할아버지, 아버지 말씀을 하시면서 결국 마지막에 언급하시더라고. 선배님이 데리고 온 그 웬 놈의 아들이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하시면서 ‘박인서, 일어나’ 하시는데,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지만 그 때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어.” 고등학교 시절에는 통신부(성적표)까지 확인하며 ‘다른 데 가지 말고 무조건 연세대로 오라’는 강압(?)에 자연스럽게 의대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박 교수는 옛일이 생각나는지 살짝 미소하였다. 직계로는 4대, 멀게는 7촌까지 20명에 이르는 연세 동문 가족 대대로 이어져 오는 연세인이라는 자부심 박 명예교수의 장남 박재용(의학 2005년 졸)은 원래 의공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유학생활을 하다 의학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의대 집안이라는 가족 안팎의 시선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죠. 그런데 의대 공부가 생각보다 정말 힘들더라고요”라며 박재용 동문은 수줍게 웃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박 명예교수가 “입학해서 뿌듯하긴 한데, 평생 공부만 한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라며 한마디 한다. 장녀 박혜정(불어불문학 84학번)은 4대 1호로, 우리대학교에서 불어불문과 박사 학위를 따고 현재 모교에서 ‘프랑스현대시’ 강의를 맡고 있다. 박혜정 동문은 “연세대를 가야된다는 압박이 있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할아버지, 아버지가 나온 학교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친근하고 우리학교였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박 명예교수의 동생 박인철(행정학 59학번), 고모부 장초식(의학 1933년 졸), 외사촌형 김영우(의학 1947년 졸), 외오촌 당숙 김승태(1937년 졸), 외조카인 김인겸(전기공학 58학번), 김상겸(상학 60학번), 김호겸(의학 1978년 졸, 세브란스 안과 전 교수), 김문겸(토목공학과 73학번, 현재 공대 교수)을 비롯하여 외조카 처인 이화숙(법학 1965), 김영숙(가정대 주생활과 76학번), 외조카 자녀인 김재헌(도시공학과 00학번), 김재현(전기전자공학 01학번), 7촌인 최문정(의예 05학번)까지 모두 합하면 그야말로 ‘연세 대가족’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맞은 편 벤치에서 오락을 하며 놀고 있는 손자, 손녀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내심 궁금하여 ‘의대 5대를 원하냐’고 물었더니, “오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거 해야지”라며 웃는 박 교수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앞으로도 500년, 1,000년 연세의 기독교 정신, 박애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 교수 가족의 ‘연세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연세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바란다.

 

vol.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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