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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세브란스병원, 글로벌 경쟁력 갖춘 의료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다” - 국내 최초 JCI 인증을 이끈 박창일 세브란스병원 병원장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7-11-16

우리의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이, 박창일 세브란스병원 병원장.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댄스그룹 ‘클론’의 강원래 씨는 “죽었으면 좋겠다, 빨리 죽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휠체어 춤’을 선보이며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장애를 딛고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희망의 증거로 돌아왔다. 그 뒤에는 절망을 느끼는 장애인에게 희망을 기적처럼 현실로 만드는 이, 바로 우리나라 재활의학의 개척자 박창일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이 있었다. 지난 7월 박창일 병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의 희망을, 연세인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JCI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구성원의 희생과 협조를 이끌어 내 세브란스병원을 ‘국내 최초,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할 주춧돌을 놓는 데 성공한 박창일 병원장을 만났다. * 세브란스병원이 JCI 인증을 획득하기까지 진두지휘하신 분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은 어떠신지요? -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병원입니다. 최초의 병원답게 세브란스병원에는 그동안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습니다. 이번에도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최초’ 기록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국제의료기관인증평가원(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이하 JCI)의 인증을 성공적으로 획득한 것입니다. 2,000병상 이상의 대형 의료기관 중에서는 ‘세계 최초’의 기록입니다. 지난 2005년 5월 새병원을 개원하고 곧장 JCI 인증 준비에 착수해 2년 동안의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국 2007년 7월 인증을 받았습니다. 오랜 관습을 깨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했습니다. 힘든 과정을 힘을 합해 극복해 내고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모든 구성원께 감사드립니다. * 세브란스가 국내 최초로 JCI 인증을 획득한 만큼 아직 국내에서는 JCI 인증이 무엇인지, 또한 어떤 의의를 갖는지에 대해 널리 알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JCI 인증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JCI 인증은 국내 의료기관이 국제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인정하는 물품이 국제 기준에 부합할 때 ISO 인증을 부여하고 ISO 인증 마크는 물품의 신뢰성을 보장하듯이, JCI는 의료기관의 질, 안정성을 보장하는 표식입니다. 국제사회에서 JCI 인증은 환자들이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병원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JCI 인증이 이러한 의미를 갖기에 해외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요소 또한 JCI 인증이 됩니다. 이번 JCI 인증 획득으로 세브란스병원은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데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JCI 인증 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미 해외 여러 의료보험사에서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인증을 통해 입증된 바와 같이 세계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에 가격은 미국의 십분의 일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에게 싸고 질 좋은 병원을 소개하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서도 매우 이득이기 때문에 우리 병원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JCI 인증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한 어떤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이 도입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JCI 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안전’입니다. 환자 진료에는 매우 많은 과정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안전 수칙은 근본적인 요소지요. JCI의 표준은 진료의 접근성, 환자와 가족의 권리, 감염예방 및 관리, 시설 안전, 직원의 자격 및 교육 등과 관련한 1,033개의 평가항목들을 철저하게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1,033개 항목 중 단 1개 항목이라도 90점이 넘지 않으면 인증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합니다. 인증을 준비하며 세브란스는 많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키트에 들어 있는 약병에 일일이 색깔이 다른 테이프를 부착해, 약병의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해 위급상황에 부적합한 약을 쓰는 일이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또한 수술장에서 ‘타임아웃제’도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수술부위에 표시를 하고 수술준비실에서 확인을 하고 환자가 깨어있을 때 환자 이름, 수술방법, 수술 부위 등 확인 사항을 모두 함께 복창을 해 환자가 바뀌거나 수술부위를 착오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집도의, 마취의사, 수술 간호사를 비롯한 수술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타임아웃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복창을 합니다. 이처럼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에도 3중, 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또한 전체 직원들이 학위증을 비롯한 각종 자격증을 발행기관에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 학력이나 자격위조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았습니다. 우리가 인증에 도전하기 전에 국내 몇몇 의료기관에서 인증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감히 도전할 생각도 갖지 못하던 국내 의료기관들에게 우리의 JCI 인증 획득은 일종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0병상 이상의 대형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JCI 측에서도 우리 병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JCI 인증 과정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 준비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JCI 측 컨설턴트들이 내방해 있는 기간에 노동조합에서 ‘NO JCI’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었을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3~4시간도 자지 못하면서도 진료 차트를 완벽하게 작성하기 위해 노력한 레지던트들이나, 몇 달 동안 자정을 넘기며 근무한 부서원들을 보면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 내고 JCI 인증이 확정되었을 때 직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기쁨을 나눴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JCI 인증은 세브란스병원 발전을 위한 많은 요소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발전에 JCI 인증과 더불어 시너지를 발휘할 만한 또 다른 부문도 소개해 주십시오. - 세브란스병원은 새병원을 개원하면서 여러 면에서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첫째, 세브란스 병원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수준을 갖춘 ‘유비쿼터스 병원’입니다. 진료, 연구, 병원 경영을 비롯한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병원 내 각종 정보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빠른 진료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연맹 학술대회에서 우리 병원의 IT 접목 사례를 소개했는데 그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릅니다. 둘째, 우리 의료원은 로봇 수술 분야에서 성과도 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첨단 로봇 수술 장비인 ‘다빈치’를 총 4대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힘입어 ‘아시아 지역 로봇 수술 교육 센터’로 지정되는 쾌거도 거두었습니다. 이제 로봇 수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우리 병원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세브란스병원은 명실상부한 로봇 수술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셋째, 암 진료 분야에서도 뛰어납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한 팀을 이뤄 암 환자를 원스톱으로 치료하는 암 전문팀 15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암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찾아 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의들의 긴밀한 협조와 합리적인 논의로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고 있어 치료 효과와 환자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는 새 암센터가 완공되면 더욱 좋아진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더욱 좋은 진료 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영안실은 국내 최대의 VIP 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의 전 과정을 세브란스병원이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고 있습니다. * 최근 EBS 의학정보 프로그램 ‘명의’에서 소개하는 등, 박창일 병원장님은 국내 재활의학 분야 개척자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재활의학 전문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의사로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계십니까? -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질병만 보지 말고 사람을 봐야 하며, 질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료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치유를 돕는 것이 의사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포럼에서 임의비급여의 모순에 관해 지적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의사라면 모두 부도덕하게 보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어찌나 불합리한지 제도를 어겨야만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은 의료보험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재정 규모는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입니다. OECD 국가 평균 정부 의료비 지출 규모의 50%에도 못 미치는 정도로 열악합니다. 하지만 우리 의료기관은 환자에게는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제도는 보편타당한 진료만 하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어 제도에 따르다가는 환자가 불이익을 당하는데 어느 의사가 제도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제도를 어겨서라도 환자를 살리려는 것이 의사의 마음입니다. 고가의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임상적으로 봐서는 환자가 폐혈증 단계에 와 있는데, 균을 배양해서 결과를 기다려서 치료를 하라고 하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지 말고 제도를 따라서 기다려야 합니까? 이때 고가의 항생제를 써서 환자를 살린 의사에게는 ‘부도덕한 의사’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환자를 살리는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연세 구성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연세 역사의 출발점인 세브란스병원에 그동안 많은 연세인들이 각별한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새병원 개원을 비롯한 세브란스병원의 발전에 동문 여러분이 큰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교직원, 환자, 국민 여러분들께서 보내 주신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성원에 보답하고자 우리 병원을 최고의 병원으로 이끌고, 국민 여러분께 좋은 병원으로 봉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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