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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서진석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7-05-01

나노메디컬 영상 분야 개척, 암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물질들을 주사액에 섞어 혈관에 주사한다. 곧이어 이 물질들이 스스로 암세포를 향해 혈관을 헤엄쳐 나간다. 비로소 암세포에 도달한 물질들은 우리 몸 어느 곳에 어떤 암세포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 준다. 이어서 이 작은 물질들은 항암제를 곧장 투여해 암세포를 제거한다. 무슨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인 걸까? 몇 년 전까지는 분명 영화 속에서나 볼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리의 공상과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연세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만을 찾아 붙는 지능형 나노 입자를 만들고 이를 혈관에 주입해 초기 암세포를 MRI로 촬영하는 데 성공해,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자랑스러운 연세인들. 그 대표 주자가 서진석 교수(진단방사선과학교실)다. 그는 획기적인 연구로 나노메디컬 영상 분야를 개척했으며 Nature Medicine을 포함한 SCI, SCIE에 67편의 논문을 게재하며 의학의 창조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로 서 교수는 지난 4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고의 업적을 이룬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1968년부터 시행되어 온 '대한민국 과학기술상'을 2003년부터 확대 개편해 시상하는 상이다. 세계적인 연구개발 업적이나 기술혁신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수상자에게는 대통령상장과 상금 3억원이 수여되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서진석 교수가 나노메디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무렵이라고 한다. “비슷한 연구가 조금씩 진전하는 것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달라지죠.” 서 교수는 기존의 조형제가 아닌 더욱 영상에 잘 드러나고, 암 표적을 향해 가는 입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을 구체화하여 200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나노 소자 분야 연구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천진우 교수와 손을 잡은 2003년부터 그의 연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진석 교수의 최근 연구는 화학과 천진우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이룬 성과다. 암세포만을 찾아 붙는 초고감도 지능형 나노 물질인 ‘메이오(Magnetism Engineered Iron Oxide, MEIO)’를 개발, 이를 유방암과 난소암이 있는 실험용 쥐에 주입한 후, 2mm 크기의 초기 암세포를 MRI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나노 기술과 의학의 다학제간 연구의 쾌거는 지난 12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됐다. 이 연구 성과는 조기 암 진단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서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해 학계에서는 ‘의학의 창제적 발전’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학제간 연구로 시너지 창출 “훌륭한 공동연구자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게다가 연세 캠퍼스에 공동연구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면 서로 만나기 위해 시간을 맞춰야 하고 이동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손실과 불편이 많았을 겁니다. 천진우 교수팀과는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협의하고 조정하며 긴밀히 협조했고, 함께 밤을 새우며 연구에 몰두하는 등 서로 연구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서진석 교수와 천진우 교수의 연구 성과는 우리대학교가 보유한 다학제간 연구의 잠재력을 어떻게 발현해야 하는 가를 보여 주는 이정표가 아닐까? “상금만으로는 모자라죠”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의 상금은 3억원이다. 서진석 교수가 무려 3억원이나 되는 상금을 어디다 쓸지 궁금했다. 서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공적으로 쓸 생각입니다”라는 짧은 대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말한 공적인 용도란 연구 시설 확충이었다. 연구 과정 중 실험에 필요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한 예로 물질을 주입한 실험용 쥐를 7테슬라급 이상의 고자장 MR로 촬영해야 하는데, 우리대학교나 의료원에는 고자장의 소형 MR이 없어 서 교수팀은 장비가 있는 기관에 사용 예약을 하고 예약일정에 맞춰 실험을 조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실험 용구를 손에 들고 기차를 이용해 지방을 수차례 오가며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자장 소형 MR, Micro CT, Micro PET 등 소동물 영상 장비가 하루빨리 갖춰지기를 바라지만 이러한 장비들은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백억원도 호가한다니, 상금 3억원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우수한 의대생을 과학자로 만드는 시스템 갖춰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사회와 인류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우수한 두뇌들이 자연과학 분야를 기피하고 의대에 진학해 임상만 하다가 병원을 개업해 돈벌이만 한다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 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의대가 아닌 자연과학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의대에 있는 우수한 두뇌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수한 의대생들이 Bio나 Bio Technology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들이 생명과학에 매력을 느끼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들을 그냥 임상의나 개업의가 아니라 '임상의(MD)+과학자(Scientist)'로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그리고 암 정복으로 서 교수의 궁극적 목표는 연구 성과의 임상 적용이다. 그의 연구가 성공적이었지만 당장 임상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상 적용의 단계에 이르려면 먼저 물질(메이오)의 대량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충분한 실험을 통해 물질의 안정성을 확인하고, 여러 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 등 적어도 7~8년의 연구를 더 거쳐야 한다.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기까지는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많은 투자를 하고 오랫동안 진행하던 연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위험한 투자일 수도 있겠죠. 신약 개발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제약회사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의 연구 성과가 멀지않은 장래에 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이를 통해 암을 정복할 수 있기를, 또한 우리의 신약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vol.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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