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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퇴임 앞둔 안병영 교수(행정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7-01-01

"나의 직업은 공부하는 사람, 학자입니다"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 주었던 학자의 길 연세만의 가치를 보전·발전해 나가는 연세가 되길…… 2007년, 대화하고 협력하는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지난 11월 말에 열린 안병영 교수의 퇴임강연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이념과 정책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안 교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화두를 제시했다. 1963년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부터 우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봉직해 온 안 교수는 두 번에 걸쳐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행정학회장,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장 등을 지내며 많은 연구업적과 높은 덕망 등으로 꾸준히 인정받아 왔다.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연세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맞이한 안 교수의 소감과 연세 사회, 우리 사회에 대한 견해를 들어 봤다. * 교수로서의 오랜 봉직 기간을 지나 이제 퇴임을 앞두고 계신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 직업으로 교수를 하게 된 것 그리고 학문하는 길을 택한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전 별다른 재주가 없어요. 공부하는 거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월급도 주고 또 세상에서 대우도 잘해 주고 그래서 내가 이 직업을 잘 택했다 생각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으니까요. * 특히 보람 있었던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대개는 선생을 하게 되면 학문적인 업적, 또 제자 양성 이런 데에서 많이 기쁨을 얻을 수가 있지요. 학문적으로 내가 큰 기여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일생에 걸쳐 공부하면서 지적 탐구 과정서 어떤 한 가지 주제를 잡고 계속 깊이 있게 파고드는 형식의 공부를 하지 않았어요. 인근 학문 분야를 넘나들면서 그때그때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또 학문적으로 탐구했지요.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꽤 많은 주제를 섭렵하면서 공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공부하기보다는 내 학문적인 재미를 위해서, 사회의 기여를 위해서 공부하는 그런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학문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또 보람 있었습니다. * 전공 분야인 행정학은 교수님께 어떤 학문이었나요? - 분야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보다는 행정학과 정치학을 넘나들며 공부하고 가르쳤습니다. 소속은 행정학과이지만 정치학적인 배경을 갖고 행정학을 공부하는 그런 경우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정치학만 마냥 연구했다면 너무 거시적인 논의에 그쳤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행정학을 했기 때문에 이념과 정책을 연계시킬 수 있었고, 현실의 민생 문제까지도 논의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 교육부 장관 재직 시절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그 일을 맡게 되셨는지요. - 제가 두 번 장관으로 재직했는데, 한 번도 내가 장관을 해야겠다거나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정치권 근처에 가 본 적이 없어요. 다만 그 일에 대한 요청이 저에게 왔을 때, 나라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맡았고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 재직 시절에 특히 중시했던 가치가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 고별강연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중도 개혁론자예요. 그래서 지나친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주의적 흐름이나 혹은 386세대들이 주창하는 지나친 평등주의, 이 두 가지를 다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내가 예전에 쓴 책 이름도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입니다. 중도 개혁적인 차원에서 미래 지향적인 교육개혁을 하는 노력을 했어요. 장관 재직 시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런 겁니다. * 학교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세대를 지켜봐 오셨습니다. 요즘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보며 갖는 느낌이나 감회는 어떠십니까? - 아무래도 신세대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굉장히 실용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거나 하는 점은 괜찮은데 더불어 예절도 갖추고 주위에 대한 배려도 할 줄 알면서 사회문제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런 모습도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계속 공부를 하게 될지, 사회에 나가 바로 일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과 놀이가 함께 할 때 사람이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경우 공부하는 과정이 어떤 의미에서는 놀이였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도리가 없어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그게 재미있고, 하면 보람 있기 때문에 한 거지요. 우리 학생들도 그렇게 두 가지, 일과 놀이를 가능하면 함께 할 수 있도록 길을 찾으라는 것,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찾으라는 것을 늘 강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 학교를 떠나시면서 연세 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학문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들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더불어 사회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력, 세계 몇 위, 이런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학교가 품고 있는 특징적이고 풍성한 가치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고루 잘 지켜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 퇴임 후에는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십니까? - 내 직업이 공부하는 사람, 학자이기 때문에 퇴임이 주는 의미는 크게 없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정규적인 강의를 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요. 계속 공부하고 학문하는 길은 이어질 것이고, 글도 쓸 겁니다.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그저 지금의 생각으로는 서울을 좀 뜨고 싶지요(웃음). 내가 별다른 재주가 없는데 산행은 좋아하지요. 그래서 보다 더 자유로운 상태로 산행을 좀 많이 하고, 또 그동안 밀렸던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 2007년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에 화두를 제시하신다면? - 제가 요새 고민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 이념적으로 양극화되어 가면서 어떤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중도의 공론의 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아주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는 새해부터는 서로 미워하고, 적대시하기보다는 모두가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21세기가 물론 경쟁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온 인류가 함께 잘 살아남으려면 결국은 협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우리 연세인들도 각자의 경쟁력과 더불어 협력하는 능력을 더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vol.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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